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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일 2026-06-22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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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증유의 사태가 남긴 질문, 그리고 우리가 지켜야 할 것

기사입력 2026-06-16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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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증유(未曾有)’란 지금까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을 뜻한다. 최근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많은 국민들에게 그런 충격을 안겨주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유권자가 투표소를 찾았음에도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선거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다. 국민이 주권을 행사하는 가장 기본적인 과정이며,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핵심 제도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국민의 정치 참여가 주로 선거를 통해 이루어지는 구조에서는 선거권의 의미가 더욱 크다. 따라서 투표권 행사가 제대로 보장되지 못한 이번 사태는 철저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이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다.

우리 사회는 과거 부정선거의 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다. 3·15 부정선거와 4·19 혁명을 거치며 선거의 공정성과 중립성이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를 확인했고, 그 결과 독립적인 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선관위의 존재 이유 역시 특정 정권이나 정당이 아닌 국민의 참정권을 보호하는 데 있다.

그렇기에 이번 사태는 선관위가 더욱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변명이 아니라 책임 있는 설명과 실질적인 개선책이다. 선거 결과에 대한 신뢰는 과정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분명히 구분해야 할 점도 있다. 선거관리의 부실과 조직적인 부정선거는 다른 개념이라는 것이다. 관리상 오류나 행정적 실패는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그것이 곧바로 선거 결과 조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에 대한 신뢰를 지키기 위해서는 비판 역시 사실과 법적 절차에 근거해야 한다.

또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제기되는 사전투표제 폐지 주장에 대해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번 논란의 본질은 사전투표 제도 자체보다 선거관리의 문제에 가깝기 때문이다.

사전투표제는 단순히 편의를 위한 제도가 아니다. 본투표일에 투표하기 어려운 국민들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다. 직장인과 자영업자, 학생, 군인, 교대근무자, 장애인, 장거리 이동이 어려운 국민들은 물론이고, 선거사무에 직접 종사하는 공무원과 선거관리 인력들 역시 사전투표의 중요한 수혜자다.

실제로 선거관리위원회 직원,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투표사무원, 개표사무원, 경찰 등 수많은 선거 관련 종사자들은 본투표일에 투표소 운영과 선거 관리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들 중 상당수는 근무 여건상 본투표 시간에 투표하기가 쉽지 않다. 사전투표는 국민의 선거권뿐 아니라 선거를 관리하는 사람들의 선거권까지 보장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또한 현대사회는 근무 형태와 생활 환경이 매우 다양해졌다. 모든 국민이 특정한 하루에만 투표할 수 있다는 전제를 두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사전투표는 투표 참여의 문턱을 낮추고 국민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는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일부 운영상의 문제나 관리 부실이 발생했다고 해서 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것은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혼동하는 접근일 수 있다. 필요한 것은 사전투표 폐지가 아니라, 국민 누구나 안심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관리 체계를 더욱 투명하고 철저하게 개선하는 일이다.

민주주의는 국민의 참여로 완성된다. 그리고 그 참여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가 선거다. 따라서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단순한 행정 실수로 치부될 일이 아니라, 국민의 참정권을 얼마나 소중하게 보호해야 하는지를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투표하고 싶은 사람이 누구나 투표할 수 있고, 선거 과정은 공정하며, 그 결과를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사회다. 이번 일을 계기로 선거관리 체계가 더욱 정교해지고, 국민의 참정권이 한층 더 두텁게 보장되는 방향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민주주의는 완벽해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발견할 때마다 고치고 보완하며 발전하기 때문에 지속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국민의 소중한 한 표를 끝까지 지켜내는 일일 것이다. 결국 선거의 목적은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의 승리가 아니라, 국민의 의사가 온전히 반영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이태우 기자 (ltw08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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